"틱톡, 릴스, 쇼츠"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가 대세인 요즘, 짧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습니다. 영상은 수 초 만에 스토리를 전달하고, 독서보다 스크롤이 익숙한 세대가 주류가 된 이 시대에, 과연 고전 문학 작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여전히 읽힐 수 있을까요? 짧은 소설과 은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은 보르헤스는, 어쩌면 가장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고전 작가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틱톡 세대에게 보르헤스가 왜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지를 짧은 서사, 상징, 독창성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봅니다.
짧은 서사: 짧지만 무한한 이야기의 힘
틱톡 세대는 1분 안에 모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이야기가 길면 지루해지고, 클릭 한 번으로 다른 콘텐츠로 넘어가 버리죠. 하지만 보르헤스는 이런 짧은 호흡의 시대에도 놀랍도록 어울리는 작가입니다. 그의 대표작들인 『픽션들』, 『알레프』 등에 수록된 단편 소설은 대부분 5페이지도 채 되지 않으며, 그 안에 시간, 공간, 존재에 대한 복잡한 질문들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바벨의 도서관』 같은 작품은 "모든 책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로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트뢰퐁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에 관한 보고』는 가짜 백과사전을 통해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버립니다. 이런 짧은 서사들은 마치 쇼츠 영상처럼 임팩트 있게 다가오며, 반복해서 읽을수록 더 많은 의미가 드러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문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오히려 '짧지만 무한한 이야기'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상징의 깊이: 해석이 필요한 콘텐츠의 가치
틱톡 콘텐츠는 단순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짧은 영상 안에 감정과 상징을 압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전이 있는 이야기, 문장이 주는 철학적 울림 등은 여전히 강한 파급력을 가집니다. 그런 면에서 보르헤스는 누구보다도 상징의 대가입니다. 그는 단어 하나, 이미지 하나에 고대 철학과 종교, 수학, 문학, 시간성 같은 거대한 개념들을 압축해 넣습니다. 『동일한 자의 이야기』는 "모든 인간은 사실 한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발상에서 출발하며, 『원형의 폐허』에서는 꿈속에서 사람을 창조하는 존재가 실은 또 다른 꿈이라는 철학적 전복을 보여줍니다. 보르헤스의 세계는 단순한 서사 구조를 거부하며,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사유를 요구합니다.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틱톡 세대의 '해석 놀이'나 '은근한 상징 찾기' 문화와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그들은 단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독창성: 상상력의 최전선에 선 작가
보르헤스를 단지 고전 작가로 보기엔 그의 상상력은 너무나도 파격적이고 실험적입니다. 그는 20세기 중반에 이미 '가상 세계', '시뮬레이션', '무한루프' 같은 현대 과학소설이나 게임적 사고에 가까운 세계를 그려냈습니다. 『모래의 책』에서는 마지막 페이지가 없다는, 무한한 페이지의 책을 제시하며 '알고리즘적 사고'까지 미리 체험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상상력은 틱톡 세대가 열광하는 '설정 짱' 콘텐츠, 예컨대 "당신이 기억을 잃었고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산다면?"과 같은 주제와도 통합니다. 또한 보르헤스는 자신만의 우주를 구축하며 기존의 문학 규칙을 허무는 데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는 작가가 신이 되는 세계를 만들고, 거짓된 고전을 인용하며 실재보다 더 실재처럼 느껴지는 텍스트를 창조했습니다. 이런 독창성은, 복제되고 반복되는 콘텐츠 속에서 '진짜 새로움'을 찾는 이들에게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보르헤스는 단지 고리타분한 고전 작가가 아닙니다. 그는 짧은 이야기 속에 무한한 상상력을 담았고, 단어 하나로 세계를 뒤집었습니다. 빠른 정보 소비에 익숙한 틱톡 세대에게도, 그가 남긴 문학은 여전히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한 문장, 하나의 설정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세계를 창조했던 보르헤스의 글을,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서재 한켠에 다시 꺼내어보세요. 그리고 그 짧은 페이지 속에 담긴 깊은 질문을 함께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